6월 2일 연중 제8주간 금요일
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를 꽤 당혹스럽게 합니다. 예수님
께서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발견하시고 거기에서 허기를 채울 무엇을
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까이 다가가십니다. 그러나 아무 열매도 없
다는 사실에 곧 바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십니다. “이제부터 영원히 어느
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.”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제
자들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째 말라 있는 것을 보게 됩니
다. 사실 무화과가 열리는 철도 아니었는데, 아무리 시장하셨다고 하여도 너
무 매정하게 보입니다.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셨을까요?
사실 이 사건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. 마르코 복음서 저자는
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는 장면과 그 저주가 이루어지는 장면
사이에 의도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시는 이야기를 끼워 넣고 있습
니다. 독자들이 두 이야기를 연결 지어 생각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지요. 그
렇다면 무화과나무는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키게 됩니다. 당대의 성전은 이
스라엘의 구원에 제구실을 못 하는 지경에 놓여 있었는데, 그 이해 당사자
들과 지도자들의 부패와 타락이 그곳을 ‘기도의 집’이 아니라, ‘강도의 소
굴’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.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더 이상
구원의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, 곧 구원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 버린 예루살
렘 성전의 모습을 상징합니다.
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. “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
다”(1코린 3.17). “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
까?”(코린 6.19) 이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게 된 우리 자신이, 곧 우리
의 몸이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새로운 성전이 되었습니다. 그런데 우리는 이
새로운 성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? 혹시 환전상들과 물건을 사고 파
는 자들이 새 성전의 뜰에도 여전히 넘쳐 나고 있지는 않습니까? 온갖 세속
적인 생각들이 우리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구원의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방
해하는 것은 아닐까요? 새 성전이 된 우리는 열매 맺는 무화과나무여야 합
니다. 혹시 열매가 열렸을까 다가오시는 분께 실망을 안겨 드리지 않도록 날
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화합시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